본문 바로가기

아이 물집 생긴 화상 대처하기, 화상 전문병원은 언제까지 가야할까

맘춘기 2024. 12. 17.

사고는 항상 찰나의 순간에 일어나는 것 같습니다. 
최근에 23개월 된 제 아들이 밥솥에서 나오는 김을 보고 호기심에 만졌다가 손가락에 화상을 입었는데요.
 
아이가 너무 심하게 울고 아파하는 것 같으니 어떡해야 좋을지 아무 생각이 안 나더라고요. 
 
이번 제 아들의 손가락 화상 해프닝으로 알게 된 아이 화상 응급처치 및 화상전문병원 치료 후기입니다.
 

흐르는 찬물에 화기를 잘 빼주자.

남편 퇴근 시간에 맞춰 저녁 식사 준비를 하며 장 봐온 일부 식재료들을 정리하고 있었습니다. 아이는 제 주변을 어슬렁거리며 장난감을 가지고 놀고 있었는데요. 그러다 정말 찰나의 순간에 아이가 악 소리를 내며 손가락을 잡고 엉엉 울더라고요. 정말 깜짝 놀랐습니다.
 
밥솥의 뜸 들이기가 시작되면서 '칙~'하는 김 빠지는 소리와 함께 뜨거운 김이 나오는 순간에 아이가 호기심에 그 부분을 만졌나 보더라고요. 제 주변에 있던 아이가 어느새 밥솥까지 간 건지, 확실히 활동반경이 넓어지니 정말 단 한순간도 방심하고 있을 수가 없습니다. ㅠㅠ

울고있는-남자-아이

화상 입은 손이 아픈 건지, 놀래서 그런 건지, 둘 다인 건지. 아이가 평소와 다르게 많이 울었습니다. 아이 손을 바로 붙잡고 싱크대에 차가운 흐르는 물에 아이 손을 헹궈주고 달래줬는데요. 계속 울다가 흐르는 물에 손을 헹구고 나면 좀 진정됐다가 다시 또 울기 시작하면 다시 흐르는 물에 손을 식혀주고를 반복했어요. 지금 생각해 보니 화상 입은 손이 화상 통증으로 따끔따끔한 느낌에 울다가 차가운 물에 손 통증이 좀 잊히면 울기를 멈추고 했던 것 같아요. 얼마나 아팠을까요. ㅠㅠ
 
이렇게까지 심하게 우는 걸 본 적이 없는데, 너무 계속 울고 손을 꼭 쥐고 못 만지게 하는 게 많이 아픈가 싶어서 병원을 가야 하는 건지 고민이 되기 시작했습니다. 제 판단엔 어른이 이 정도 화상 입었으면 그냥 좀 참고 연고에 밴드 대충 붙이고 말 텐데 싶은 정도의 화상이었어요. 하지만 아이가 화상을 입었을 땐 그래도 되는 건지 병원을 가야 하는 건지 판단이 잘 안돼서 집에 있던 <삐뽀삐뽀 119 소아과>책을 꺼내 들었습니다. 
 

  • 화상을 입은 직후 흐르는 찬물에 15분 이상 담궈 화기를 빼준다.
  • 물집을 터트리거나 상처를 건드리지 말고 가까운 병원으로 간다.
  • 화상 부위에 아무것도 바르지 말고 깨끗한 거즈(거즈가 없다면 깨끗한 아이 손수건)로 덮고 병원으로 간다.
  • 화상 부위의 옷을 벗기고 가야 하지만, 옷에 불이 붙어 피부에 달라붙은 경우 무리하게 벗기려 하지 않는다.

주의할 점은 화기를 뺄 때 얼음이나 알코올을 사용해서는 안 된다는 점입니다. 물집 상처 위로 화상 연고를 바르거나 민간요법의 된장 등을 바르는 것도 절대 안 됩니다. 
 
아이 피부가 화상으로 물집이 생겼을 때 응급처치 방법. 한 줄 요약입니다.
흐르는 찬물에 화기를 빼 준 후 아무것도 바르지 말고, 깨끗한 거즈로 덮어서 병원으로 가기!!
 

물집이 잡힌 화상은 무조건 병원으로 가야 한다.

하정훈 선생님의 <삐뽀삐뽀 119 소아과>책에 보면 물집이 잡힌 화상은 일단 무조건 병원에서 치료해야 한다고 적혀있었습니다.
 
일단 물집이 잡힌 경우는 2도 이상의 화상으로 병원에서 치료받는 게 좋다고 합니다. 화상으로 손상된 부위의 피부가 적절히 치료되지 못하면 2차 감염으로 치료가 더 힘들어질 수 있다고 하더라고요. 

  표재성 2도 화상 심재성 2도 화상
손상범위 표피층과 진피층 일부 손상 진피층과 신경 손상
통증 통증이 많음 통증이 적음
육안으로 봤을때 차이 물집 안 피부가 빨갛게 보임 물집 안 피부가 하얗거나 노란 가피가 형성됨
치료기간 치료기간 2주이내  치료기간 3주이상
흉터 대부분 흉터가 남지 않음 흉터가 남을 가능성이 높음
정도에 따라 피부이식이 고려되기도 함.

 
물집이 잡힌 2도 화상도 정도에 따라 표재성과 심재성으로 나뉘는데요. 표재성보다 심재성이 더 피부의 깊은 곳까지 손상되어 심한 화상을 입은 경우입니다. 다만, 오히려 심재성 2 혹은 3도 이상의 화상처럼 피부 손상 부위가 깊을수록 신경층이 손상되어 아이가 통증을 못 느낀다고 하더라고요. 화상을 입었는데 울지 않는다? 그럼 안심할 게 아니라 꼭 병원을 가야 한다고 합니다. 

아이가 엄지손에 화상입은 뒤 물집이 생기는 중이다.

 
제 아들은 처음엔 손을 꼭 쥐고 화상 입은 손을 보여주려고 하지 않았습니다. 그러다 한 20분 정도 흐르는 찬물에 손의 열기를 식혀주면서 달랬더니 보여주더라고요. 손을 덴 지 얼마 지나지 않았으나 바로 하얗게 물집이 살짝 올라오려는 듯 해 근처 화상 전문병원 응급실로 바로 갔습니다. 
 

물집은 터트리면 안 된다.

제 아들은 응급실에서 물집을 살짝 자르고 소독 후 드레싱을 해주었습니다. 의사 선생님께서 물집이 더 커지지 말라고 살짝 처치했다며 다행히 심하게 피부가 손상되지는 않았다고 말씀해주셨어요. 다만 처음엔 좀 넓은 부위가 붉게 보였었다고 말씀을 드렸더니, 현재 상태로 보기엔 괜찮아 보인다며 물집이 생긴 부위 외에 붉어졌던 부위는 보습을 잘해주라고 하시더라고요. 
 
이후에 다시 보니 물집은 생기지 않았지만, 화상 직후 붉어졌었던 부분은 가벼운 1도 화상이었나 보다 싶었습니다.
1도 화상은 붉어지고 약간 화끈거리지만, 물집이 생기지 않는다 하더라고요. 대부분 1주일 정도 지나면 화상 부위가 벗겨지면서 아물고 흉터도 전혀 없다고 합니다. 상대적으로 가벼운 1도 화상의 경우 응급실 선생님이 말씀해 주신 것처럼 보습에만 유념해서 관리하면 될 것 같습니다.

아이-2도화상-엄지손가락-드레싱한-모습
화상전문병원 응급실 드레싱 받고 온 모습

 
제 아들은 병원에서 물집을 살짝 잘랐기 때문에 물이 닿거나 아이가 손가락을 빨면 안 돼서 드레싱이 벗겨지지 않도록 붕대를 단단히 감아두었습니다. 제 아들의 경우는 병원에서 의사 선생님이 판단 후 물집을 살짝 터트려 처치를 해주셨으나, 집에서 임의로 판단해서 물집을 터트리는 건 위험하다고 합니다. 가벼운 2도 화상의 경우 임의로 물집을 터트렸을 경우 염증이 생겨 상처가 덧나는 경우가 많다고 하네요. 
 

화상 전문병원, 언제까지 가야 하는 걸까

2도 이상의 화상에서 심재성 화상의 경우, 케이스에 따라 전문의가 아니면 판단하기 애매한 경우가 종종 있다는 말이 있더라고요, 그래서 일부러 화상 전문병원의 응급실로 찾아갔었습니다. 첫날 응급실에서 진료비가 51,600원이 나왔었고, 다소 비싸지만 응급실이니 그럴 수 있다고 생각했습니다.
 
그래서 다음날도 처음 갔던 화상 전문병원으로 갔습니다. 그런데 외래진료 후 진료비가 21,350원이 나와서 깜짝 놀랐습니다. 사실 상처 소독 후 드레싱 교체한 게 다인 것 같은데 생각보다 너무 비싼 거예요. 일반 소아과에서 치료했을 때의 약 8~10배 정도 차이 나는 것 같았습니다. 그래서 물어봤더니 원래 화상전문병원이 의료수가가 비싸다고 하더라고요. ㅠㅠ
 
외래진료 후 다음 날도 또 소독하러 오라고 했으나, 전 다음날부터는 화상전문병원은 가지 않았어요. 제 아들은 2도 화상이긴 하지만 가벼운 표재성이었던 듯싶었고, 부위도 엄지손가락 조금이라서 굳이 비싼 화상전문병원에서 치료하지 않아도 될 것 같았습니다. 가벼운 소독과 드레싱은 일반 소아과에 가도 충분히 가능하거든요. 
 
그리고 아이 보험에 따라 다르겠지만, 화상치료의 경우 실비 청구로 치료비를 받지 못하는 경우가 더러 있다고 하더라고요. 병원에서 드레싱에 쓰는 약의 종류에 따라 돌려받을 수 있는 보험료가 다르겠지만, 그건 치료가 끝난 후 청구를 해봐야 확실히 알 수 있는 부분이니까 못 받을 수도 있는 치료비를 비싼 돈 주고 굳이? 싶었습니다. 
 
물론 화상전문병원에서 끝까지 치료를 잘 받으면 흉터는 거의 안 남고 깨끗하게 치료가 잘 된다고 하더라고요. 만약 화상범위가 넓고 상처가 깊다면, 혹은 아이의 화상 입은 부위가 흉 지지 않기를 바란다면 꼭 화상전문병원에서 치료하기를 추천합니다. 

아이-손가락-2도화상-일주일후-아물고있는모습
화상 후 일주일 지난 모습

 제 아들은 첫날 응급실과 다음날 외래진료까지 총 2회만 화상 전문병원에서 치료를 받았고, 그 이후에는 집에서 셀프 드레싱을 해주었습니다. 물집이 생겼던 부위를 알콜스왑으로 가볍게 톡톡 소독 후 화상연고 바르고 붕대로 드레싱을 해주었어요. 그리고 일주일 지났을 때 아이의 화상 부위 모습입니다. 
 
사실, 저희 아이는 화상 입은 지 딱 3~4일이 지나니까 본인도 아프지 않은지 드레싱을 자꾸 빼버리더라고요. ㅋㅋㅋ 그래서 보니 육안으로도 괜찮아 보이고 아이도 아파하지 않는 것 같아 그때부턴 그냥 뒀습니다. 2도였지만 다소 가벼운 화상이었기 때문에 덧나지 않고 잘 아물고 있는 것 같습니다. 다만, 치료를 끝까지 병원에서 잘 받기를 희망하신다면 2도 화상의 통상적인 치료 기간인 약 2주 정도를 매일 혹은 2일에 한 번씩 소독하러 병원에 가야 하니 집과 가까운 곳으로 가시길 추천합니다. 


 최고의 치료는 예방이라고 합니다. 
화상전문병원에서 치료를 위해 대기하면서 보니, 외래진료 환자의 절반 이상이 영유아 포함 어린이 환자들이더라고요.ㅠㅠ  아이들의 왕성한 호기심으로 제 아들처럼 밥솥 증기에 화상을 입거나, 겨울철엔 가열식 가습기에 화상을 입어 오는 경우가 많았습니다. 
 
예상치 못하게 아이의 화상 사고가 생겼을 때, 응급처치와 판단에 조금이라도 도움이 되기를 바랍니다.
 
 

댓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