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분리 수면 실패, 내가 분리 수면을 포기한 이유

맘춘기 2024. 12. 12.

저와 제 남편은 아이가 태어나기 전부터 분리수면에 대한 의지가 강했습니다.

오죽하면 무조건 성공하고 말겠다는 다짐으로 아이가 100일이 되기 전에 바로 '밀리엔스 키즈침대'를 구매했었습니다. 밀리엔스 키즈침대의 가격과 따로 주문해야 하는 매트리스, 침대 쿠션 가드까지 샀던걸 생각하면 제 나름대로 배수의 진을 쳤던 겁니다.

침대에-혼자-누워있는-아기

그리고 저는 제 아들이 6개월령 되는 시점에 수면 분리를 시작했고, 돌 전까지는 얼추 성공하는 듯 보였습니다. 하지만 23개월령이 된 지금, 결과적으로 아이와 함께 자고 있습니다. 네, 저는 분리수면에 실패했고 현재는 분리수면을 포기한 상태인데요. 
 
저는 분리 수면에 반대하는 입장은 아닙니다. 오히려 분리수면에 성공한 분들이 부럽기도 합니다.
제 실패담과 분리수면을 포기하게 된 이유가 분리수면을 고려 중인 분들께 반면교사되기를 바라는 마음으로 기록해 봅니다.

1. 수시로 수면퇴행이 일어난다.

아이의 월령이 어릴수록 성장, 발달의 속도가 빠르다 보니 수시로 수면퇴행이 생깁니다.
이앓이, 분리불안, 재접근기 등등 정상 발달 단계상 끊임없이 수면퇴행이 오고, 어린이집 적응기나 동생이 생기는 등 급격한 환경의 변화를 맞게 되어도 수면 퇴행이 생기기도 합니다.
 
분리수면을 성공하기 위해서는 엄마의 강력한 의지와 행동력이 있어야 하는데요.
수면퇴행으로 분리수면의 위기가 찾아오더라도 뚝심 있게, 일관된 교육을 지속할 수 있어야 합니다.
수면퇴행이 와 새벽에 2~3번씩 깨고 우는 아이를 달래기 위해 밤 중에 아이방을 왔다 갔다 하는 건 웬만한 강한 의지와 부지런함이 아니고서는 지속하기가 힘들거든요. 
 
제 아들의 경우, 돌 전에는 순조롭게 분리 수면이 성공하는 듯 보였습니다.
 
그러다 돌 즈음, 돌치레로 아이가 감기가 심하게 걸렸고 잘 낫지 않아 입원까지 하게 됐습니다. 
아이 면역이 워낙 바닥이었던 시기라 퇴원 후 며칠 내로 다시 재입원을 하게 되면서 약 3번 정도 연달아 입원을 했었습니다.
그러면서 총 한 달 정도의 입원 기간 동안 병실에서 아이와 함께 자게 되었고, 입원기간 이후로 지금까지 쭉 분리수면은 엄두도 못 내고 있습니다. 
 
지금의 저는 밀리엔스 키즈침대를 너무 일찍 샀던 과거 제 자신의 결정을 후회하고 있습니다.
23개월령 13kg 정도 되는 남자아이와 함께 자기에는 슈퍼싱글 침대가 좁거든요.
그렇다고 매몰비용이 아까워 쉽게 버리지도 못하고, 나중에는 가드를 떼고 키즈침대로 사용이 가능하기 때문에 지금은 불편해도 억지로 사용 중입니다. ㅠㅠ
 
정말 육아는 내 의도대로 척척 되는 게 아니더군요.
발달 단계상 정상적으로 수면퇴행이 오기도 하지만 제 아이처럼 예상치 못하게 오랜 기간 아파서 분리수면이 실패하는 경우도 있습니다. 아기가 어릴 때 분리수면 교육이 성공을 하더라도, 아이가 계속 성장하고 있기 때문에 어제의 아이와 오늘의 아이가 또 다르다는 겁니다.
 
해서 아직 분리수면을 고려 중이시라면, 과거의 저처럼 무조건 성공할 수 있다는 장담은 하지 말고 조심스럽게 접근하는 걸 권합니다.
 

2. 아이의 기질을 고려해야 한다.

돌 이후에 분리수면을 다시 시도해 보려는 생각이 아예 없었던 것은 아닙니다.
다만, 다시 시작하는 시기가 돌과 두 돌 사이는 적합하지 않은 것 같아 언제부터 다시 시작할지 고민을 하기도 했었죠. 그러다, 우연히 알게 된 지인의 분리수면 실패담을 듣게 되었습니다.
 
그 엄마는 현재 첫째가 5살이 되었는데요. 아이가 만 세 돌이 되던 시점까지 쭉 분리수면이 성공적이었다고 했어요.
그러다 어느 날부터 또다시 수면 퇴행이 시작되었고, 아이가 말이 늘어 표현을 하니 새벽에 깨서 우는 이유를 물어봤다고 합니다.
그랬더니 아이의 대답이 "밤이 무서워. 혼자 자기 싫어" 였대요. 그래서 그즈음부터 온 가족이 다 같이 자기 시작했다고 합니다. 
 
지인의 분리수면 실패담을 들으며 적잖은 충격을 받았지만, 또 한편으로는 그럴 수 있겠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아이가 상상력이 풍부하고, 타고난 기질이 조심성이 많아 겁이 많은 성격일 수 있습니다.
그런 부분까지 제가 인위적으로 통제할 수 있는 것은 아닙니다. 
해서 분리수면을 성공하기 위해서는 아이의 타고난 기질이나 성향도 어느 정도 독립적인 부분이 있어야 가능하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더불어, 제 아이의 기질이 어떨까를 생각해 봤더니 두 돌 이후 다시 분리수면 교육에 성공을 하더라도 지인의 아이처럼 언어표현이 늘면 결국 함께 자게 될 것 같았습니다.
 
제가 느끼는 제 아들은 기질적으로 조금 예민한 편이고 조심성이 많은 아이거든요.
이미 제 아이는 동화를 듣거나, 간혹 미디어를 보게 되었을 때 본인이 무섭다고 느끼는 부분에서 우는 아이예요.
예를 들면, 베베핀의 '오싹오싹 무서운 괴물' 동요나 양치기 소년 동화에서 늑대가 나타난 부분에서요.

 

https://youtu.be/LN12FWHRpwE?si=5r79QQl5FkJeLcWJ

베베핀, 오싹오싹 무서운 괴물 동요

 

특히 이 동요를 볼 때면 무서워하며 엄마옆에 꼭 붙어서 봅니다.
한편으론 귀여워 보이는 부분이지만, 겁이 많고 감정선이 섬세한 성격인 것 같아 그냥 분리수면은 포기하기로 했습니다. 
저는 이제 아이가 스스로 혼자 자보겠다는 의지를 보이기만을 기다리고 있습니다.


 육아에 있어 정해진 정답은 없다고 생각합니다.
또, 가능하다면 일찍부터 분리수면에 성공하는 게 아이에게도 엄마에게도 좋은 일이라고 생각하고 있습니다.
 
다만, 예측 불가능한 일들이 수도 없이 생겨 분리수면을 방해하고, 아이의 기질에 따라서도 성패가 달라질 수 있다는 점을 미리 알고 시작하면 좋을 것 같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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